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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경상도 여행지는 경북 청도 운문면에 있는 사리암과 운문사입니다. 사리암은 “세 번 오르면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기도처로 알려져 있고, 운문사는 국내 대표 비구니 교육도량이자 천연기념물 처진소나무로 유명한 사찰입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5월의 어느 날, 원래는 대구 팔공산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하필 야간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한 날이라 멀리 가기에는 부담이 있었고, 조금 더 가까운 청도 사리암으로 목적지를 바꾸게 됐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호거산에 자리한 청도 사리암, 시간이 되면 입구 쪽에 있는 운문사까지 둘러보는 일정이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맞아 두 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었고, 비 오는 평일 오후라 사람도 많지 않아 오히려 더 조용하고 운치 있는 사찰 여행이 되었습니다.
청도 사리암, 어떤 곳일까?

사리암은 운문사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 만나는 산중 암자입니다. 운문사를 지나 사리암 주차장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뒤, 다시 산길과 계단을 따라 약 25~35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저희처럼 체력이 좋지 않은 편도 쉬엄쉬엄 올라가니 약 34분 정도 걸렸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오히려 산 전체에 운무가 내려앉아 평소보다 훨씬 신비로운 분위기였습니다. 뒤쪽 높은 산봉우리들이 구름에 가려졌다 나타나는 모습은 맑은 날에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청도 사리암 기본 정보
명칭 : 사리암
주소 :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 529
연락처 : 054-372-8811
소요시간 : 사리암 주차장 기준 편도 약 25~35분
입장료 : 운문사·사리암 공용 입장료 기준, 현장 확인 필요
주차료 : 차량 1대 기준 주차료 발생 가능
특징 : 세 번 오르면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기도처
사리암 오르는 길

곧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는 시기라 입구부터 연등과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포장된 길을 따라 완만하게 올라가지만, 뒤로 갈수록 계단이 많아집니다. 일부 어르신들은 내려올 때 무릎 부담을 줄이기 위해 뒤로 걸어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사리암은 “등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짧지만, “산책”이라고 하기에는 숨이 차는 코스입니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계단이 미끄러울 수 있어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습니다. 우산보다는 가능하면 우비를 입는 편이 손이 자유로워 더 편할 것 같습니다.

포장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작은 돌다리가 나오고, 이 지점부터 본격적인 계단길이 시작됩니다. 예전에는 자연석을 맞춘 계단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시멘트 계단이 조성되어 있어 예전보다 오르기는 수월해졌다고 합니다.
다만 자연 풍경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시멘트 계단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편의성은 좋아졌지만, 산중 암자 특유의 자연스러운 길 맛은 조금 줄어든 느낌입니다.

계단을 계속 오르다 보면 숨이 차오를 때쯤 약수터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잠시 물 한 모금 마시고 숨을 돌리기 좋습니다. 사리암을 오르는 길은 길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쉬어가며 올라가야 무리하지 않습니다.


숨이 턱에 걸릴 때쯤 연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연등이 보이면 “이제 거의 다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듭니다. 코너를 돌자 오늘의 첫 목적지인 사리암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작은 암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규모가 꽤 있어 하나의 작은 절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리암 내부 둘러보기


장모님이 사리암에 등을 달았다고 하셔서 연등을 찾아 한참 돌아다녔습니다. 결국 저희 연등은 찾지 못했지만, 대신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이 담긴 연등들을 보며 사리암이 왜 기도처로 유명한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참 연등을 찾고 있으니 지나가시던 스님이 “믿음으로 가는 거지, 뭘 또 찾냐”고 하셔서 웃음이 났습니다. 꼭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어딘가에 걸려 있고, 마음이 닿았으면 됐다는 뜻처럼 들렸습니다.
저희 등은 찾지 못했지만 어디서 많이 본 이름.. 아줌마들의 우상! 미스터트롯 임영웅 등을 찾아버렸네요.. 이게 운지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습니다.

사리암 한쪽에서는 작은 케이블카 같은 시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타는 용도라기보다는 산 아래에서 물품을 올려 보내기 위한 운반 시설처럼 보였습니다. 사리암이 산 위에 자리한 만큼, 물자 운반에도 이런 장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리암은 방문객에게 공양을 잘 대접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오후라 주먹밥은 이미 다 나갔다고 하셨습니다. 대신 공양 공간 근처에서 온몸이 새까만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부르니 잠깐 와서 스치듯 만지게 해주고는 계단을 타고 사라졌습니다.
관음전, 천태각, 산신각



사리암에 가면 꼭 둘러보면 좋은 곳이 관음전, 천태각, 산신각입니다. 사리암은 나반존자 기도처로 알려져 있어 천태각을 찾는 분들이 많고, 산중 암자답게 산신각도 함께 둘러보게 됩니다.
천태각 옆에는 작은 동굴도 있는데, 날씨가 좋은 날에는 그곳에서도 방석을 두고 기도하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저희 일행도 관음전부터 천태각, 산신각까지 차례로 돌며 불전함에 불전도 넣고 절을 드렸습니다.

공양시간과 기도시간표도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사리암은 단순 관광지라기보다 기도를 위해 찾는 분들이 많은 곳이니, 방문할 때는 조용한 분위기를 지키며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운문사 버스정류장 시간표와 부산까지 운행하는 정기차량 시간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차 없이 방문하는 분이라면 미리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리암에는 “세 번을 오르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번이 첫 방문이니, 다음에는 다른 계절에 다시 올라 두 번째, 세 번째 방문까지 이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호거산 운문사

사리암을 내려온 뒤 운문사도 함께 둘러봤습니다. 운문사는 사리암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시간만 맞는다면 두 곳을 함께 방문하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사리암이 기도처 특유의 경건하고 집중된 분위기라면, 운문사는 넓고 아름다운 정원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운문사는 국내 대표 비구니 교육도량으로 알려져 있고, 경내에는 승가대학과 관련 교육시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찰 규모도 크고, 곳곳에 꽃과 오래된 나무, 전각이 어우러져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았습니다.


운문사 역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경내 곳곳에 연등이 가득했습니다. 비가 내린 뒤라 바닥은 촉촉했고, 연등 색감은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화창한 날의 밝은 사찰도 좋지만, 비 오는 날 운문사는 훨씬 차분하고 운치 있었습니다.
작약과 샤스타데이지가 핀 운문사



운문사에는 꽃도 많았습니다. 입구 쪽에는 작약이 피어 있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샤스타데이지가 하얗게 피어 있었습니다. 국화과 꽃이라고 하면 가을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봄과 여름 사이에 만나는 샤스타데이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비가 온 뒤 꽃잎에 물방울이 맺혀 있어 사진으로 담기 좋았습니다. 날씨가 맑았다면 화사한 느낌이 강했겠지만, 비 오는 날에는 꽃과 사찰이 조금 더 차분하고 고즈넉하게 보였습니다.
거북이 석상과 처진소나무

사람들이 지나가며 한 번씩 쓰다듬는 돌이 있어 가까이 가보니 거북이 모양 석상이었습니다. 큰 돌로 몸통을 만들고, 작은 돌로 네 발과 꼬리, 머리를 표현해둔 모습이 꽤 귀여웠습니다. 혹시 좋은 기운이 있지 않을까 싶어 저희 가족도 거북이 등을 한 번씩 쓰다듬어 봤습니다.

거북이 석상 뒤편에는 운문사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 중 하나인 처진소나무가 있습니다. 운문사 처진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나무이며, 가지가 사방으로 낮게 처지는 독특한 수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이 소나무는 운문사 앞뜰에서 자라고 있으며, 가지가 옆으로 넓게 퍼지고 아래로 처지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운 나무로 평가됩니다. 운문사에서는 매년 봄 막걸리를 물에 타서 뿌리 주변에 주는 풍습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운문사 안쪽에는 조금 특이한 형태의 불상 조각도 있었습니다. 조각 위쪽의 선을 따라 아래 화단도 비슷한 형태로 꾸며져 있어 어느 방향에서 봐도 독특하고 우아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사리암·운문사 함께 둘러보는 팁
1. 사리암은 먼저, 운문사는 내려와서
사리암은 계단을 올라야 하므로 체력이 있을 때 먼저 다녀오는 것이 좋습니다.
2. 비 오는 날은 운무가 장점
길은 미끄럽지만, 산 전체에 운무가 내려앉아 훨씬 신비로운 분위기를 볼 수 있습니다.
3. 편한 신발은 필수
사리암은 짧지만 계단이 많아 운동화나 등산화가 좋습니다.
4. 기도처 예절 지키기
사리암은 관광지보다 기도 도량에 가까우니 조용히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5. 운문사 처진소나무는 꼭 보기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운문사 대표 볼거리입니다.
6. 부처님오신날 전후는 연등 풍경 추천
연등이 사찰을 가득 채워 평소보다 더 화려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마무리 후기
청도 사리암과 운문사는 같은 운문사길 안에 있지만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사리암은 산 위까지 직접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기도처라 조금 더 경건하고 간절한 느낌이 강했고, 운문사는 넓은 경내와 꽃, 처진소나무, 연등이 어우러져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은 아름다운 사찰이었습니다.
비 오는 평일 오후라 이동은 조금 불편했지만, 대신 사람도 적고 산에는 운무가 내려앉아 맑은 날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리암에 오르는 길에서 본 운무와, 운문사 경내의 젖은 꽃잎은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습니다.
간절한 소원이 있거나 조용한 사찰 여행을 찾는다면 청도 사리암을 추천합니다. 사리암만 보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운문사까지 함께 둘러보세요. 산 위 기도처와 고즈넉한 비구니 도량을 하루에 함께 만날 수 있는, 청도다운 사찰 여행 코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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